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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씨의 동학개미 비하시장관찰기 2020. 5. 1. 09:23
본 글은 https://news.joins.com/article/23764938 기사의 인터뷰를 보고 황당해서 써갈긴 글입니다.
금융감독원장 윤석헌씨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을 너무 잘 지어줬다면서 한국에 투기세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금융기관들이 중수익 상품을 잘 못만들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은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패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학개미운동으로 투자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패할 것임에 이견은 없다. 원래 투자라는것은 성공하는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감독원장 말대로 투기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투자와 투기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 누군가 투기라고 선동하면 투기이고, 유명한사람이 투자라고 하면 투자가 되는 그야말로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인 구분이 바로 투자와 투기이다. 일반적으로는 가격의 움직임에 쓸려서 사고 파는 행동을 투기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성적으로 한다는 투자도 가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금융감독원장 쯤 되면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 쯤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금융 수준이 딱 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는 1450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940 위로 올라왔다. 동학개미운동이니 뭐니 시작하던 때가 1600 수준이다. 금감원장이 생각하기에 1600 수준의 코스피가 지나치게 비싸고 버블이라도 끼어있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한국 주식시장의 PBR 은 0.9조차 되지 않는다. 장부상 가격이 모든걸 이야기해주진 않지만 장부상 가치보다 싼 기업은 웬만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동네 구멍가게를 사더라도 장부가치에 영업가치까지 계산해서 거래하는 것이 사업체다. 이런상황에서 많은 은퇴자나 공적기금등이 운용되는 주식시장이 비싸고 버블이며 위험하기 짝이없다는 근거없는 소리를 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금들에게는 끔찍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주가지수 2600때 주식을 산 사람들에게는 왜 그런 경고를 하지 않았나와 같은 결국 말도 안되는 반박만 들을 말을 신문에 나와서 떠들고 있는 것이다.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면 말이 안되는 말에 반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소위 금감원장 말대로 투기세력이 주가를 과도하게 올렸다면, 미국은 어떠한가. 코로나발 급락장에서 한국과 미국 증권시장은 거의 유사한 낙폭과 유사한 반등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투기세력이 있어서 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이 과도한 리스크를 지고 있다라는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똑같이 떨어지고 똑같이 올랐는데,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은 투기세력이고,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자인가? 금융감독의 기본은 공정성이지 누가 투기세력인지 누가 훌륭한 투자자인지를 구분짓는 자리가 아니다.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이 나오면 금감원이 적합성 평가를 하기도 한다. 안했다는 건가?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는건가? 둘 중의 무엇이 되었든 감독원은 당연히 비난대상이다.
국민에게 뺨맞고, 금융기관들에게 뺨때리기
게다가 기사에는 DLF 또한 투기세력때문에 금융기관이 농락당했다는 도대체 금융업에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소리를 한다. 그 DLF 야말로 이상한 해외 무역채권같은 풀링이 아니면 신용등급조차 나오지 않는 물건으로 만들어서 팔아먹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에 투자한 사람들이 바보였느냐 하면 절대 아니다. 순박한 은퇴자인데 몇억씩 잃었다라고 하는데, DLF 는 채권형이 아니라 지분형이다. 그래서 고액자산가에게는 종합금융소득세를 비껴갈 수 있는 창구가 되었고, 많은 한국의 신규 헤지펀드들이 DLF 형태로 상품을 만들어 고액자산가들에게 팔았던 것이다. DLF 를 아무리 파도 소송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키코사태에대해서도 은행들이 권고안을 따르지 않는다며 주주가치가 고객에서 나오는거 아니냐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앉아있던데, 키코는 이미 2005년 이전부터 잘팔리던 히트상품이다. 그런데 키코라는게 나쁜것이냐?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조파악이 안될 것인데, 이 상품은 매우 효율적인 상품이다. 문제는 금융위기급 사고가 터지면 손해를 보게 되는데 그 외에는 대개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된다. 수출대금 헤지하는데 돈을번다니 이상하지 않나? 헤지는 원래 비용이 드는 과정인데 돈을 벌수가 있다니 놀랍지 않나. 보통 키코를 이용한 환헤지는 6개월에서 2년정도의 만기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6개월동안 헤지를 했더니 비용은 커녕 오히려 돈을 몇억~몇십억씩 벌게 된것이다 기업들이. 그래서 기업들이 무슨짓을 했느냐 하면 본인들의 헤지물량보다 몇배가 되는 금액을 키코상품에 투자한 것이다. 이건 헤지가 아니라 투자다. 키코에 한번 투자했는데 금융위기때 손해가나서 흑자도산을 한 경우는 없다. 소송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은 키코를 몇번씩이나 갱신하던 기업들이다. 과연 몰랐을까? 결국 소송에서는 거의 은행들이 승소했다. 은행들이 잘한 것은 아니다. 고객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기업들에게 안된다고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에 어긋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책임은 기업에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력을 이용해 은행들에게 억지 요구를 하는 금융감독원장이 제대로 된 금융감독원장은 아닌 것 같다.
금융감독원장의 수준과 한국 금융의 수준
금융투자라는 것은 대표적인 계약 상품이다. 너와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약속하고 그것을 이행하면 윈윈인 것이고, 한쪽이 불이행하게 되면 의도가 없었으면 채무불이행, 있었으면 사기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금융에서 계약자유의 원칙도 무시당하고, 계약의 쌍무성도 제삼자에 의해 종종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만약 고도로 계획된 사기가 아니라면 그것을 가지고 남의 탓을 하며 손해보전을 요구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와 현대 계약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상황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금융감독체계를 정비하라고 있는 것이 금융감독원인데, 사고나기전에는 라임사태처럼 스스로 똥물을 뒤집어 쓰고, 사고나면 자기들한테는 을의 입장인 금융기관에게 뒤집어 씌울 생각부터 하니,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상품이나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홍콩,싱가포르의 금융감독부서들은 우리나라 금융감독원과는 차원이 다른 처벌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처럼 '감정' 을 가지고 금융감독을 하지는 않는다.
중위험 상품이라는 것을 들고나온 것도 정말 이 사람이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운 대목인데. 세상에는 중위험 상품이라는 것은 없다. 위험자산과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 있을 뿐이다. 중위험 중수익을 원하면 그냥 간단히 주식 50%에 채권50% 만 들고 있어도 중위험 중수익이 되는데, 도대체 무슨 중위험 상품이니 하는 말도안되는 소릴 하고 있는 것인지. 사실 이 사람이 말하는 중위험 자산이란 흔히 이야기하는 대체자산군이다. 대체자산군을의 수익성은 일반적으로 4~8% 수준이고 가격등락이 심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은 대표적인 대체자산군 중 하나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체자산이 '대체' 자산인데에는 이유가 있다. 주류 투자 자산의 특징은 '유동성' 인데, 유동성이 있으면서 가격이 많이 바뀌면 위험자산이고, 유동성이 있으면서 가격이 별로 안바뀌면 안전자산이다. 기본적으로 주류 자산군은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 대체자산군인 부동산, 비상장기업, 인프라 등은 유동성이 매우 낮다. 사기는 쉬우나 제값받고 되팔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유동성의 가치는 얼마일까? 내가 피같은 유동성을 포기하고 얼마정도를 더 받아야 손해보는게 아닐까? 일반적으로는 연 2%~5% 라고 본다. 하지만 그것은 가격이론상의 수치이고, 실제 청산비용은 최저 10%에서 50%까지 가기도 한다. 특히 금융위기같은 유동성위기가 오면 대체자산군은 똥값에 매매된다. 금융위기이후 저금리와 유동성때문에 대체자산군이 떴고, 이 대체자산군을 개인들에게 팔면서 '중위험 중수익' 이라는 기똥찬 마케팅구호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따위 같잖은 말장난을 진지빨며 받아들여서 금융기관을 매도하는 바보같은 사람이 현재 금융위원장이다.
또한 대부분의 중위험 자산들은 실제 공시되는 가격정보가 없기 때문에 장부상 평가를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가격변화는 없다는 이야기다. 평시에는 마음편히 보유할 수 있다. 사고가 터지면? 그 유명한 '자산상각' 을 하게되는데 보통 적게 상각해봐야 50%라고 보면 된다. 그때도 마음이 편할지는 나는 모르겠다. 게다가 중위험자산 특성상 상당히 레버리지를 끌어다 쓰게 된다. 부동산 사는것과 비슷하다. 지분 부분은 20%가 안되고 50%는 은행들의 선순위채권, 나머지 30%정도는 증권사가 자기들끼리 나눠먹은 메자닌으로 구성되어있다. 지분 중 1~5%는 저 상품을 만든 운용사가 책임투자라고 떠앉고, 나머지 15~19% 는 개인들에게 떠넘긴다. 기관들은 저런 상품의 지분(에쿼티)은 아무리 싸게줘도 받지 않는다. 개인만 호구가 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저런 상품들이 과연 중위험 중수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금융에 대해 모르면 공부를 좀 하고, 경험이 없으면 그 위치를 이용해서 기관들에게 배우면 될 것을 굉장히 얇은 지식과 식견으로 떠들어대는 금감원장이 과연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묻고 싶다. 기사내용이 나무위키에도 안 나올 수준의 뇌피셜수준이라서 하는 말이다. 나무위키에 대한 모욕이라 사과한다.
마지막으로
주가지수 2600일때는 금융기관이든 감독원이든 주식이야말로 가장 싸고 유용한 노후투자수단이라느니 떠들면서, 정작 주가지수가 1450으로 떨어지니 주식은 위험하고 여기 몰빵하는 것은 투기라는 이야기를 불과 2년만에 듣게 되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 원래 사람들은 그렇다. 지인에게 주가가 1000으로 떨어져도 비싸다는 사람이 나올거라고, 실제로 1450까지 떨어졌을 때는 모두가 한국 주식이 너무 비싸서 800까지도 갈 거라고 불과 한달 전에 그랬다. 물론 그렇게 될 수 도 있다. 사람들은 1450일때도 비싸다고 하고 2600일때도 싸다고 한다. 그게 사람이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지력과 능력으로 높은자리에 올라갔다는 소위 금융가의 옥황상제쯤 되는 사람이 저런식으로 이야기하면 '그건 아니다'. 게다가 '세력' 이라는 말을 한다니, 참 놀랍다. 그것도 삼성전자에 투기하는 '세력' 이라니. 그쯤되면 미안하지만 미국도 그런세력 못 막는다. 삼성전자를 관리하는 세력이라니 원 참. 주식시장의 세력이라는 것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통적인 심리가 커졌을 때 묵시적으로 생겨나는 쏠림이다. 물론 잡주들에는 실제 작전세력이 있지만 이런건 금감원이 잘 잡는다.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에 쏠림이 있어서 '세력' 들이 존재한다는 말은 정말 나 무식하다고 자랑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자기가 생각하기에 비합리적이면 '투기세력' 부터 꺼내드는 뇌피셜가지고는 제대로된 감독은 커녕 금융부실만 부추길 뿐이다.
2008년 키코사태이후 우리나라는 금융산업 발전이 그대로 막혀버렸다. 공격적인 상품을 만들수가 없게 된 것이고, 덕분에 전문가들은 다른일을 하거나 해고되었다. 이런 일이 1980년대에도 있었고 1990년대에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10년이상 한 분야만 파온 금융투자 전문가들이 없다. 인프라 또한 없다. 맨날 하다말다 하다말다 하니 그런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을 도려내고 터부시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한국 금융은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이전에 한국금융기관보다 작던 많은 해외 은행들이 지금은 세계적인 은행들이 되어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은행만 문제인 걸까?
아픈부분이 있다고 그대로 그부분을 잘라버려 살도 나지 못하게 하는 짓은 고대 의사들도 하지 않던 짓이다. 아프면 왜 아픈지 파악도 하고, 어떤 방법을 써야 팔다리도 유지하고 아프지 않을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은행의 직원들이 '조사역' 이라는 직함을 달고 일을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팔아프니까 팔잘라, 다리아프니까 다리잘라. 그러다보니 지금 한국금융은 팔다리가 없다. 팔다리가 없으면 입만 턴다. 입만 털면 사기꾼 아닌가. 관치금융과 후진적 금융감독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실무자가 건의할 것이 있어도 금융감독원의 국장급은 커녕 팀장급도 만나기 힘들다. 돌팔이들이 권위적이기까지 한데, 그 권위를 누가 준 것인지 의심스럽다.
물론 한국 금융감독원 또한 음지에서도 열심히 일하며, 잘못된 관행에 적극 대처하기도 한다. 민원이나 유권해석 부분도 성실하게 처리해 준다. 기관 자체는 꼭 필요하며, 한국인의 신속함또한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투자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벌이는 이상한 마녀사냥은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들게 만든다. 과연 계약법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투자가 무엇인지, 금융이 무엇인지 과연 알고는 있는지. 마지막으로 계약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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