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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대체제 핀테크?시장관찰기 2019. 6. 6. 04:13
최근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업체들이 계속 등장해 기존 금융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은행과 투자은행(증권사)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다. 은행규제의 목적은 국가 금융시스템 안정화이고, 투자은행규제의 목적은 투자자보호이다. 자산운용업계 규제 또한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국내 시장 규모 상 투자자보호나 리스크관리에 소요되는 비용부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수익성 또한 높을 수가 없다. 나라별로 다른 규제산업이다보니 해외진출도 매우 어렵다. 국내 은행들조차 해외 영업에 전부 실패한 것을 보면 된다.
금융산업의 핵심은 자금 풀링에 의한 확률 제어이므로 규모의경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상당한 개별리스크를 확산시킬 수 있다.
기존의 금융업체들은 기존의 수익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될만한 핀테크 업체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미국/중국과 같은 규모의 국가가 아니라면 쉽지 않다. 미국조차 핀테크 업체들은 고전중이다. 중국은 경제 성숙도와 정치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핀테크가 자리잡기 매우 힘들 것으로 본다.
핀테크 대출/투자업은 기본적으로 그림자금융이고, 규모가 일정이상 커진다 해도 그림자금융을 방관하지 않는 감독당국에 의해 일반 금융업체의 규제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규제
산업규제라는 것이 산업 발전을 막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야 하는데, 대부분의 규제는 무언가를 보호하려고 만드는 경우이고, 금융산업의 최대 과제는 투자자 보호에 쏠려있다. 다만 은행의 경우에는 국가 금융시스템이 은행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규제의 최우선 과제는 은행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자은행 (증권사) 규제의 초점은 자산건전성 및 투자자보호에 맞춰져 있고, 자산운용업계 규제의 초점은 거의 100% 투자자 보호에 맞춰져있다.
따라서 금융투자산업 규제의 핵심은 자산건전성/투자자보호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 규제를 충족시키기위해 필요한 자원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자산건전성을 측정하려면 대규모 평가시스템 및 인력등의 리스크관리플랫폼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도입비용이나 운영비용이 국내 소형증권사들은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또한 투자자보호측면에서도 컴플라이언스/법무등의 추가적인 인프라가 필요한데, 기관투자자만 전문적으로 상대한다 하더라도 꽤 많은 비용이 드는데, 수 많은 개인들까지 상대하려면 해당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중소형증권사들이 리테일영업을 포기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나와주지를 않게 된다.
하지만 핀테크업체들은 기본적으로 리테일이다. 규모의 경제가 나와주려면 인구가 많아야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나와주지를 않으며, 규모의 경제가 나올만한 미국조차 핀테크업체들은 고전중이거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베터먼트같은 자산운용업체 외에는 기존 금융기관의 서비스를 웹이나 앱에 올려놓은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튼 리테일위주의 영업이기 때문에 관리해야할 고객, 관리해야할 개별자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인프라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인당 매출이 나와주지는 않는다. 초대형 증권사들도 리테일 영업은 흑자만 나도 좋아하는 판에, 대박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판국에 규제및 투자자보호를 위한 인프라 투자비용까지 내야 한다면? 당연히 적자확정이다.
핀테크의 장점
현재까지 등장한 핀테크의 장점은 "편리함" , "접근성" 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상품들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기관투자자/고액자산가들에게 증권사가 제공하던 상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그것들이 전산화되어 소액투자 및 대출상품으로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결론부터이야기 하면 그런 상품들을 쪼개파는 것은 돈이 안된다. 그리고 투자자 측면에서도 숨겨진 과도한 수수료와 생각보다 큰 투자리스크에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국가단위의 발전소 프로젝트들도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가 6~8% 이고, 후순위는 10%가 아득히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개인 신용대출같은데에 8%~10% 를 받는다는 것은 바보같은짓에 가깝다. 설령 그걸 원한다고 해도, 이미 증권사의 소싱능력이면 개인투자자들에게 너 나은 조건의 상품을 팔 수가 있다. P2P 투자업체들의 대부분의 상품은 소싱능력에 따라 퀄리티가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물건들은 큰 투자은행이 가지고 그다음에 떨거지를 한국 증권사가, 그리고 한국증권사도 안받을 물건들을 그런데다가 떼어주는 형태라고 보면된다. 상장되어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들 외의 OTC 상품들은 주는사람 마음이지 투자자가 갑이 아니다. 그런 물건을 떼다가 P2P 투자상품으로 팔고있다고 보면 된다. P2P 대출같은 것은 오히려 그림자금융으로서 전체 금융시스템에 독이 되면 되지 득이 될만한 산업은 아니다.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결제, 송금등의 업무를 원하는데, 이런 업무들은 은행입장에서도 사실 고객 유지 비용측면이 강해진 지 오래인 업무들이다. 결제의 편리함으로 결제를 네이버페이로 바꾸든 삼성페이로 바꾸든간에 그것이 창출할 부가가치는 없다. 자기자본과 자산 부채관리가 필요한 일종의 단기대출산업인 신용카드사들도 수수료경쟁 및 수수료규제 때문에 수익성이 매우 악화된 판에, 단순히 현금결제 (체크카드와 다를바 없는) 를 모바일로 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지갑에서 카드 꺼내는 귀찮음을 해결할 수는 있어도, 그것으로 수수료를 매겨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좀 얼토당토하지 않은 소리라고 본다.
송금또한 국제송금수수료자체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송금 비용은 환전할 때 매수매도호가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런 사업 (이미 사라져가고있는) 에 단순히 웹과 앱을 덧붙인다고 해도, 돈을 벌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아니올시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기술기업들을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인수할 경우에는 고객서비스가 나아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구조이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다.
공인인증서와 귀차니즘
국내 금융회사들이 왜 이용하기 불편한가? 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공인인증서"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잡다구리한 ActiveX 나 보안프로그램설치도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해킹사고나 카드사기사건은 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인인증서 자체도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이고, 인감을 대체할수있기 까지 하다. 미국의 온라인 금융시스템은 "이렇게 쉽게 접속이 되어서 자금 이체가 되어도 되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쉽다. 다만 해킹을 하게 되어 잡히게 되면 그 순간 그냥 인생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많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지.
금융기관이 공인인증서 등의 보안매체들이 많으면 소비자는 불편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체계아래서 이런 장치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대 금융기관에 대한 소송능력등 대항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은행과 소송해서 이길 수 있나? 힘들다. 미국의 경우에는 금융소비자의 대항능력이 강한 편이다. 누군가 카드를 도용해도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 그리고 은행이 범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범인을 잡아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애시당초 금융자산에 대한 접근통제를 강하게 해 그러한 일들을 가급적 발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산업을 방해하는 것 같겠지만, 우리나라도 소비자들에 대한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게 되는 때가 온다면 이러한 것들은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다.
은행이 망할까?
오히려, 보수적인 은행/증권사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해 고객서비스나 새로운 유통채널을 발굴하지 못하는 경우, 그 자금력을 이용해 기술은 뛰어나나 적자인 핀테크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은행이나 투자은행이지, 핀테크업체는 아니다. 물론 핀테크업체 사장은 회사 팔아서 한몫챙길 수는 있겠지만, 게임체인저가 되어 거대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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