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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상승과 소득의 관계시장관찰기 2019. 3. 9. 14:59
예전에 금리가 5% 정도 일 때는 내 월급에서 100만원을 부담해봐야 끽해봐야 2억5천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연 1200만원을 이자로만 낸다고 가정하면 대충 2억5천만원의 대출액이 나오는 것이다. 그냥 계산은 간단하게 대충 하자. 그런데 금리가 1% 로 내리면? 대출금액이 12억5천만원이 되어도 월 이자를 갚는데 문제가 없다. 그럼 네돈 1억만 내라 12억5천만원 빌려줄께, 그러면 사는 곳이 경기도에서 강남으로 바뀌는 것이다. 단돈 월 100만원에. 물론 LTV 나 DTI 때문에 실제로는 저렇게 되지 않지만, 여튼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30억하는 집도 현금 15억만 있으면 월 100~200만원 이자부담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전이라면 월 500~1000만원을 내야하니 살 수가 없었던 물건들이다.
시장은 단순하다. 사려는 사람이 많고 팔려는 사람이 적으면 딱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시간이지나면서 매수호가가 오르며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사려는사람이 적고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주식시장에서 개미가 항상 지는 이유는 개미처럼 생각해서가 아니라, 구조상 개미가 숫자가 많아서 살땐 비싸게 사고 팔땐 싸게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팔려는 사람은 고정된 시장이므로 가격이 오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살 수 있게' 만드는 금융환경인 것이다. 최경환씨가 그의 인생에 딱하나 성공한게 있다면 '빚내서 집사세요' 다. 물론 개인적인 미션성공이지 국가에는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 소득과 금융환경 (유동성) 은 절대 떼어놓고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부채는 미래의 소득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소득 (현금) 과 미래의 소득 (부채) 가 총 유동성이고, 이 유동성의 증가가 국가 성장률보다 높아지게 되면 그때부터 헬게이트가 열린다. 현 정권은 전 정권에서 싸질러놓은 유동성을 회수를 해야 하는데, 막상 회수를 하자니 경기충격이 장난이 아니다. 채무상환부담률이 가계소득에서 30%정도라고 치면, 금리를 4%에서 5%로 올리면 채무상환부담률은 7%정도 증가하지만, 금리를 2%에서3% 로 올리면 채무상환부담률은 15% 증가한다. 국내 가계 평균저축률이 10%가 안되는데, 15% 부담이 추가로 늘어나면? 아쉽지만 파산이다. 이게 저금리의 가장큰 딜레마인데, 정부들 입장에서는 저금리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어한다. 환율도 약세가 되니 기업수지에도 좋고, 가계부담도 적으니 인기도 좋고 자산가격이 올라가니 자산가들에게도 환영받고.
그래서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가는 것은 쉬워도,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리지 않으면 유동성이 계속 풀리고 고수익 위험자산으로 가계자산이 계속 쏠리게 되어있다. 고금리시절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자산들을 사 모아야 간신히 퇴직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금융회사들도 계속 이상하고 유동성없는 자산을 찍어다 팔아야 손익분기를 넘기게 된다. 그리고 청년층의 자산형성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덤이다. 자산형성이 불가능해지니, 돈이없는 청년일수록 더 위험한 자산을 찾는다. 그게 비트코인인 것이다. 비트코인 하던 청년들을 무모하다느니 멍청하다느니 매도하기전에 '왜 비트코인을 했나' 라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이거 외에는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일 것이다. 뭐 세계최고의 떼부자가 되겠다는 사람도 없다.
또한 금리가 오르면 환율이 강세가 되므로, 수출기업들이 싫어한다. 가뜩이나 수익성 떨어지고 엉망이 되어가는 제조업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 정권에서는 굉장히 꺼려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막판에 최악의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어떨 때? 풀린 유동성들이 하라는건 안하고 초위험자산들에 쏠릴 때 부실이 시작되고, 이 부실을 막기 위해서 급전이 필요하면 민간차원에서 고금리로 부실자산을 매입해주든지, 아니면 국가가 세금으로 매입해줘야하는 것이다. 그게 안되면 연쇄부도가 되니까. 이게 스웨덴,일본,미국 금융위기의 패턴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상당부분 진행되다가 최근에야 어느정도 막힌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카드를 꺼내지 않은것은 가계경제를 위해서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국내기준금리가 4% 면 5%로 올려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1.75% 에서 2.75% 로 올리는 것은 엄청난 모험인 것이다. 오히려 기업은 문제가 없다, 기업들은 현금이 많고 부채비율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이다.
그래서 금리를 올려서 투기꾼들을 벌줘야하냐고? 시장경제에서는 투기꾼도 필요하고 다 필요하다. 다만 쏠리면 안되는데, 전 정권에서 지나치게 쏠림을 만들어 놓은 상태이다.
이명박정권은 그래도 경제가 뭔지는 아는 사람들이 했는데, 박근혜정권은 경제가 뭔지 도통 모르는 사람들이 해서 저모냥이다 3% 수준에서 1.25% 까지 떨어뜨린다는 의미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인 것이다. 원래 5억짜리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저래서 15억짜리 집을 사버린거다. 그래서 경기도 주택은 폭망하고, 강남아파트만 줄기차게 오른것이다. 오른거 못따라가니 마포 사고, 용산 사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당연히 가격은 오르게 되어있다. 시장은 단순하다. 무슨 소득이 올라서라느니 이번 부동산 경기는 뭐 이전과는 다르다느니. 개뿔 그러면 지방 소득도 올랐는데 지방 부동산값도 올랐어야 하지 않느냐. 사고싶어 하면서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 그래서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만 많이 오른 것이다. 시장 수요와 공급일 뿐이다. 버블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서부에 샌프란시스코나 산 호세 집값은 뭐 거의 미친수준인데, 이건 실리콘밸리 대 호황으로 취업자수가 증가해서 그렇다. 순유입 인구가 늘어나는데다가 이 사람들 수입도 상당하니 서로들 비딩하기 시작한다. 못잡으면 일하기 힘드니까. 그래서 오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금리도 당연히 한몫했고. 비딩할 때 가격은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최대한" 이다 보통.그런데 서울 강남에 순유입 인구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역사가 없다. 그런데도 유동성의 힘이 아니라고?
일반적으로 디레버리징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자산가격 하락에 가처분소득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하지만 포퓰리즘 때문에 디레버리징 시점을 놓쳐버리면 (사실 이미 2013년에 놓쳤다) 정말 앞으로 수십년간 고생할 수 있다. 왜냐면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란 최대한 싫은소리를 늦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싫은소리를 짧고 굵게 하고 넘어가려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일본이 폭망한 것이다. 정확하게 그렇게. 스웨덴도 마찬가지였고. 미국은 1929년 대공황때 한 똑같은 짓거리로 살아남은데다가, 기축통화지위를 이용해서 돈을 찍어내도 채권을 중국애들이 사주니 통화가치를 유지하면서 완화가 가능했다. 한국은 그게 가능한가? 회의적이다. 전세계에서 돈을 그냥 찍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원래 대공황(1929년) 이후 미국의 기본 위기대응은 금리를 최저치로 낮추고, 그래도 안되면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2008년 미국은 1929년 매뉴얼대로 그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0%가 되었는데도 안되면 돈을 찍어낼 수 있나? 있다. 근데 미국같은 나라가 아니면 대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온다. 돈다발로 난로불을 지필 수 있다는 이야기다. 0% 까지 1.75% 남았다. 그 이후에는 통화정책이고 뭐고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면된다. 유럽은 마이너스금리로 내리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유럽이 어떻게 되었나. 유럽은 독일외에는 헤어나올 수가 없다. 대신 독일만 초호황이다. 금리가 0% 인거랑 마이너스인거랑은 천지차이다. 0% 면 돈은 자국내 금융기관에 남아있는다. 하지만 마이너스가 되면 그냥 갖고 있든지 해외로 내보내는편이 속편하다. 돈은 더 안돌게 되어있다. 아예 가계자금이 경제로 유입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그냥 금융기관끼리만 줬다 받았다 하는거다. 독일은 마이너스금리라 환율이 폭락해서 수출이 초호황이 된 것이고, 이렇게 다시 들어온 자금을 재활용해서 또 생산하고 하는짓을 반복하고 있으니 EU를 깨뜨리기가 너무너무 싫은 것이다. 경쟁력있는 제조업에게는 꿈같은 현실이 마이너스금리다. 아래 독일 DAX 지수를 보면 유럽이 과연 위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참고로 전세계에서 주거가 가장 안정된 나라였던 독일이 (2008년까지 주택가격상승률 1%) , 돈을 풀고나니 연평균 4%씩 오르고 있다. 독일은 인구전체가 다 퍼져살아서 서울같은 도시도 없는데도 그렇다. 저금리 유동성이란 이런것이다.
레버리지나 부채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시장상황이나 금융여건이 정상적인 수준에서 변동해도 방어가 되는 정도의 부채는 자본수익률을 극대화하고, 경제성장에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금융여건이 1%만 변동해도 재정상태가 심하게 변동하는 수준의 부채라면 그게 바로 악성부채다. 뭐 담보가 있어서 건전한 부채라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만약이 미국식 비소구대출 (Non recourse loan) 이라면 가계에는 큰 무리가 없다. 물론 집을 뺏기긴 하겠지만 추가적인 채무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경우에 부실자산을 금융기관이 떠맡게 되어서 금융기관들이 파산한다. 국내는 소구대출이다. 이 경우에는 집만 넘긴다고 끝이 아니다. 금융기관은 담보물을 팔아서 변제에 충당하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원 채무자 (가계) 에 독촉해야만 한다. 가계와 금융기관 둘 다 부실해지는 것이다. 미국 모기지가 한국 모기지보다 비싼 이유는 비소구권에 해당하는 옵션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담보자체가 부실해지는데 무슨 담보가 있다고 건전대출이고 담보가 없다고 부실대출인가. 이상한 헛소리좀 안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으면 부동산가격은 상승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동일한 금융여건상에서 말하는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동일 소득수준이라도 부동산가격은 상승한다. IMF 이후 국내 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나는 자산가격이 오르고 내리고에 별로 관심은 없다. 그리고 현재 금융여건과 GDP 등을 토대로 볼 때 국내 부동산 가격이 초 폭등한 것 같지는 않다. 투기꾼이 생기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 사람들도 먹고살라고 하는 짓이다. 근원적인 잘못이 있다면 투기꾼이 활개치고 다녀도 될만큼 엉성한 금융여건을 만들어놓은 전정권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못된걸 돌려놓으려고 하는데 거기에 말도안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죽어라게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한국 사회에 맑은 날씨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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