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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 - 조선비즈 칼럼 "식인상어 엘리엇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를 읽고시장관찰기 2018. 5. 15. 22:54
국내의 투자자, 기관이든 해외의 투자자이든 기관이든간에 기본적인 것은 우리 모두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투자활동이든 상행위를 해 나간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만약에 누군가 금융시장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게 된다면 바로 잡혀간다고 보면 된다. 상법보다 자본시장 관련법들이 훨씬 규제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에서 "먹튀" 라든가 "식인상어" 라든가 하는 말을 듣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들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서 제재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정서로 보았을 때 외국인이 자국내에서 자국인조차 못받아먹는 것을 받아먹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까놓고 이야기 해서 그냥 배아프다 그거다. 한국인은 못받아먹는 것을 외국인은 받아먹을 수 있는 구조. 한국인이 받아먹으면 한국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외국인은 받아먹고 외국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먹튀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들 신변의 자유가 있다면 다들 그런 선택을 할 테니까. 괜히 속쓰리니까 "먹튀" 라든가 "식인상어가 피 냄새를 맡았다" 라든가 하는거지. 정신승리 해봐야 몇년지나면 쪽팔림만 남는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적은 무얼까? 당연히 "행동하는 것" 이 아니라, "돈 버는 것" 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하나 뿐이다. 행동대상 기업의 실태를 까발리는 것 뿐이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유는 당연하다. 투자자는 수익을 원하지 기업이 훌륭하게 바뀌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두 가지가 모두 얻어질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그런일에는 시차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행동주의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그 "행동" 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만약 행동주의 펀드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떠나고, 그나마 할 수 있는, 또는 이용할 수 있는 "행동주의" 가 사라지게 된다고나 할까. 장하성교수가 제대로 하려고 했다가 (이분은 실제로 기업을 변화시키려고 했다, 그것이 패착)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투자자들이 다 떠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라고 자선단체가 아니다. 단지 돈을 버는 방법으로 행동주의를 선택했을 뿐이지.
엘리엇의 요구사항은 사실 이상한 것들이 없다. 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하고 해서 주주들 이익을 늘리라는 것이고, 경영에 지나친 간섭을 한다든가 하는 요구사항은 별로 없다. 소위 대주주란 사람들이 굉장히 작은 지분을 가지고 순환출자와 이사회장악 두가지 카드로 기업을 거의 사유재산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식인상어 아닌가? 실제 피같은 돈을 투자한 90%의 사람들은 정작 그 기업의 재산에 아무런 권한이 없고, 모든 처분권은 소수 (소위 재벌이라는) 에게 가 있는데, 통장의 잔고 외에 당신의 재산을 실제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없다. 우리나라와같은 상법 하에서는 저런 소수지분과 이사회를 가진 이상한 재벌들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상법개정좀 하자는 거다 더 확실히 견제할 수 있게. 사업을 못하게 하는게 아니라, 이상한짓을 못하게! 경총같은 할배들은 상법개정에 언제나 반대 하는데, 그 사람들은 "이상한짓을 못하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90%의 지분이 단 3~4%의 지분도 못이기는 자본주의라니, 놀랍지 않나?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래놓고 그 3~4%를 조금 더 견제하고 (회사재산 막팔아먹지 못하게) 90% 에게 이익 환원을 좀 더 하라는 (이건 소수 지배주주에게도 환원이 간다) 것이 식인상어가 피냄새를 맡고 지랄발광을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 하는게 낫다 "전세계의 호구투자자님들 한국에서 주식을 사시면 사이버 캐쉬를 드립니다. 잔고는 많이 움직이니까 보시는 재미는 좋아요! 하지만 주신 돈은 저희 맘대로 쓸 테니 뭐라뭐라 하지는 마세요" 엘리엇이 하는 이야기는 "니들 맘대로 돈 쓸 때 뭐라뭐라좀 하면 안되냐" 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그렇게 식인상어 같고 먹튀를 잘 한다면, 대체 우리나라사람들은 얼마나 멍청하길래 자국 상황도 못 이용하는 걸까? 결론은 하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지만, 외국인만 저런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마치 같은 자동차 결함이 발견되어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기각당하고, 미국 소비자들은 충분히 배상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저런 기사를 읽으면서 참 짜증이나고 슬프다. 기자라는 사람이 저렇게 편향되게 기사를 쓰다니.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은 대화로 풀어볼 가치가 있지만, 알만한 사람이 이상한 소리를 저렇게 일부러 하는 데 대해서는 더 이상 대화를 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엘리엇이 불법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현대차든 삼성이든 정부든 바로 무고죄든 다른 법을 들어 바로 집행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들 에둘러 "엘리엇이 또 먹튀하려고 한다" 라는 언론플레이만 잔뜩이다. 이상한 애국심에 호소해서 본인들의 무능력과 부패를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법에 정해진 권리를 행사하는 외국 펀드를 배척하는 것이야말로 매국적인 생각이다. 자국의 법질서를 유린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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